써니Plant 

실험적인 공연문화예술의 다원화를 지향한다!

그림책 <공간(空間)>

낡고 오래되고 인적이 없는 공간에 대한 깊이, 현재는 없지만 예전에는 있었던 이야기,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을 상상하는 그것에 관한 관심. 그것은 마치 어릴 적 동네에서 친구들과 한참을 놀다가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나 홀로 길에 남겨진 듯한 느낌에서 비롯된 감정이었던 거 같다. 그 감정은 쓸쓸함보다는 어릴 적 추억을 기억하며 향수에 젖는 느낌이다. ‘바람의 언덕’이라고 이름 지은 진안의 그곳은 산등성이라 바람이 세지만, 위로는 끝없는 하늘에, 용담호가 내려다보이는 나무 한 그루의 따스함과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호수에 비친 달빛이 정열적인 공간이었다. 모든 것을 품어줄 것만 같았던 공간, 이제는 그루터기만 남아 쓸쓸한 그곳의 아련한 추억만 되새긴다. 어쩌면 진안 공간을 기억하는 시간은 아련함 속에 쓸쓸함이 담겨있다. 낡고 오래된 것들이 소멸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그림책 공간(空間)에 담겨있다.